• 이메일
  • 로그인
  • 회원가입


 
작성일 : 09-10-12 11:48
<전주 문화유산 51> 주엽정이 옛길
<전주 문화유산 51>

주엽정이 옛길
2009년 09월 28일 (월) 17:37:37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근래 마을 조사 과정에서 이몽룡이 지나간 주엽정이 옛길을 채록했다. 춘향전과 관련해 주엽정이 마을은 알려져 있지만, 인근에 옛길이 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주엽정이는 오늘날의 전주시 완산구 고랑동 평리마을로, 용산다리에서 제방을 따라 삼례로 내려가다 보면 얼마 안 가 좌편에 있다. 춘향전에 보면, 이 도령이 암행어사가 되어 내려올 때 삼례역을 지나 주엽정이를 거쳐 전주성 남문으로 입성했다.

주엽정이는 전주에서 서울로 가는 길목으로, 전주, 남원 등 호남의 수많은 유생들이 과거를 보러 이 길을 거쳐 갔으며, 한양에서 내려오는 전라감사, 남원부사 등이 이 길을 거쳐 임지에 부임했다. 주엽정이는 오랜 세월 그런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다.

주엽정이 지명의 유래는 주엽나무가 있었다고 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정자 이름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엽정’이 아니라 ‘주엽정이’라고 한 점에서 마을 이름으로 생각된다. 주엽정이는 주업정, 쥐업정이라고도 하는데, 나무 이름도 주엽나무, 쥐업나무, 쥐엄나무 등으로 쓰인다.

마을 입구에는 이곳이 주엽정이임을 알리는 입석이 서있다. 2m 가까이 되는 돌기둥으로 평리라고 크게 새겨져 있고,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쥐업정’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아래 이 돌이 이 도령이 건넜다는 독다리에서 가져온 것임을 작은 글씨로 새겨놓고 있다. 이 마을의 유래와 이 입석의 가치를 알려주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입석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마을 안에 이 독다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입석이 위치한 제방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길을 따라 오면 조그마한 개울을 맞닥뜨리는데, 여기에 독다리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다리가 시멘트로 되어 있지만, 그 옆에 그 때 독다리로 쓰였던 돌이 개울가에 놓여 있다. 그 오랜 세월 수많은 유생들이 건넜던 독다리가 바로 이곳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독다리의 존재가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더더욱 새로웠던 것은 주엽정이로 가는 옛길이 그 옆 동네인 신흥마을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전주에서 삼례로 향한다면 신흥마을을 지나 주엽정이(평리)마을이다. 이 신흥마을에 전주에서 서울로 가는 옛길이 남아 있었다. 마을로 들어서서 새로 난 아스콘 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비닐하우스가 있고 논들이 즐비한데 그 가운데로 난 농로가 옛길이라고 한다.

이 도령이, 수많은 유생들이 오간 길이다. 경지정리를 해 길 양쪽이 잘려 나갔는데, 이 부분만 경지정리가 되지 않아 살아남은 길이라고 한다. 대략 100m쯤 된다고 하는데, 어림잡아 그 보다는 더 길게 보였다.

“옛날에 걸어서 과거 보러 갈 때, 가는 길이 호남길이야. 서울로 가는 길. 여기 가다보면 아랫동네로 조그마한 길이 있어. 우리 다리 건너서 바로. 그게 옛날길이야. 호남에서 서울 가는 길이라고 큰 길이지. 전부 걸어서 여기로 다녔으니까.” 이 마을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 살아온 토박이 이종열(78)씨의 이야기이다.

필자가 이렇게 투박하게라도 주엽정이 독다리와 옛길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를 알리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좀 더 보완조사를 통해 여기에 표지석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이다. 길은 역사라고 한다. 옛길을 보존하여 그 길을 오간 수많은 옛 사람들의 사람 살았던 이야기를 우리만이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동희(전주역사박물관 관장)